문화유산을 고치는‘의사’
From:금교 잡지Author: 2022-07-28 09:23
유물을 보호하는 데 있어 유물 복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이른바 ‘유물 의사’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무미건조함과 적막을 참고 견딜 만큼의 끈기 있는 장인정신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유물의 아름다움을 되돌려 줄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역사의 변화를 증언하고 있는 갖가지 유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렷한 무늬를 지닌 장식과 완전한 형상을 갖춘 유물들의 화려함과 정교함에 매료되어 선인들의 뛰어난 수공예 솜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 때 호평이 쏟아졌던 CCTV 다큐멘터리 <국보가 말을 한다면(如果國寶會說話)>에‘우리는 돌에 글자를 새겨 우리의 이야기를 싣고 시간을 초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말이 나온다. 모든 유물은 재생이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유물 복원은 오히려 부패되거나 훼손된 유물을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해준다. 유물을 보호하는 데 있어 유물 복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이른바‘유물 의사’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무미건조함과 적막을 참고 견딜 만큼의 끈기 있는 장인정신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유물의 아름다움을 되돌려 줄 수 있다.
쿵메이셴(孔梅仙)은 시베이대학(西北大学)에서 유물보호기술을 전공했다. 정규 교육을 받은 그녀는 2018년부터 산둥박물관 유물보호부에 근무하며 서화 표구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역사와 유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당시 대다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물보호기술 전공를 선택했다.
“전공의 특수성 때문에 유물 복원은 많은 경험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유물복원 작업의 특별함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예를 들면, 서화 표구 복원의 경우 유물에 대한 정보 수집, 과학적 검사, 보호 복원 방안 작성, 전문가 합동 심사, 복원 작업 실시, 기록물 보존 등 일련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각 단계의 세부 작업을 제대로 하려면 다년간 의료행위를 한 의사처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물을 치료하고 살려내야 합니다. 심지어 서화 복원용 풀의 묽고 짙은 정도도 계량화하기가 어려운데, 이는 축적된 경험에 의지하여 천천히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전형탁(全形拓)을 세척하는 복원의 경험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전형탁 표면에 묻은 풀이 이미 효력을 잃은 지 오래되어 세척할 때 탁편(탁본의 조각)이 떨어져 화면에 떠다니며 위치가 바뀌는 바람에 그녀를 매우 당황시켰다. 그녀는 자신이 씻기 전에 유물의 상태와 성분의 구성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했다. 나중에 풀로 다시 탁편을 제자리에 붙이긴 했지만 유물에 손상을 입힐 뻔했던 경험과 교훈은 그녀가 이 일에 대해 항상 경각심과 경외심을 갖게 했다.
명나라 주가주(周嘉胄)는 <장황지(裝潢誌)>에서‘고적을 다시 표구하는 것은 병이 나면 의사를 부르는 것과 같다. 의술이 좋으면 바로 일어나고 의술이 좋지 않으면 바로 죽는다(古迹重裱,如病延醫,醫善則隨手而起,醫不善則隨手而斃)’라고 썼다. 서화는 모두 생명이 있기에 표구나 복원을 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그녀는 “표구된 서화를 다시 복원할 때는 당시의 표구 복원 수준을 살펴봐야 합니다. 복원이 잘 되었다면 기본적으로 다시 표구할 필요가 없이 간단하게 보강만 하면 됩니다. 만약 표구의 수준이 높지 않다면 오히려 복구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잘못 사용한 재료는 모두 제거하고 화심(画心)을 벗겨낸 후 다시 표구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유물 복원은 복원하는 사람의 섬세함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시험한다. 그녀는“보통 서화 한 점을 복원하는 데 최소 반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서화 복원 작업은 수십 개의 절차가 필요하며 한 치의 착오도 있어 것도 매우 필요하다. 그녀는 이런 맥락에서‘매 과정마다 복원 작업자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선인들과 대화하려면 적막함을 견디고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 유물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사람들은 유물 복원사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을 보였지만 일년 내내 유물을 마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초심을 잃어버리기도 하기에 진정한 열정이 있어야만 이 분야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다. Z세대인 그녀에게 이런 번거롭고 단조로운 일상 작업에 다소 권태를 느끼지는 않는지, 요즘 세대들의 마인드와 맞지 않는 건 아닌지를 묻자, 그녀는“일이 결코 단조롭고 지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공에 대한 애정으로 제가 복원한 한 폭 한 폭의 서화를 보며 옛 모습을 세상 사람들 앞에 재현할 수 있을 때, 그 성취감은 다른 일과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같은 Z세대 동료인 쉬강(許剛) 역시 역사 유물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 직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미술에 정통한 그는 산둥사범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유물 보호 대가족의 일원이 되었다.“유물 복원은 여러 학문이 얽혀 있는 작업으로 화학, 생물, 미술 등의 다양한 전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미술학 도인 저는 서화 복원에서 전색(全色, 옛 그림의 부족한 부분을 붓으로 채워 표구하는 기법)과 같은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일에 대해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박물관에 입사한 지 1년 반 지난 그는“저는 여전히 배우는 단계이며 중국의 유구한 역사에 대한 애정과 선배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유물보호 사업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사진은 쿵메이셴(孔梅仙)과 그녀가 복원한 문물서화이다.
사진은 쿵메이셴(孔梅仙)이 견본수륙화(絹本水陸画, 견본은 비단에 그린 서화이며 수륙화는 수륙법회에 봉안된 유교, 불교, 도교 3대 종교를 소재로 한 종교인물화임)에 대해 회첩(回貼, 서화의 조각를 다시 붙이기)을 한 것이다.
편집:张懿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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